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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록일 2018.08.13 10:57
글쓴이 단천 조회 368
01 사실관계원고는 프로모션 아이템의 개발 및 제조·유통, 교구재의 제조 및 유통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광화문, 숭례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평면 설계도를 우드락(폼보드)에 구현하여 칼이나 풀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 접거나 꽂는 등의 방법으로 조립할 수 있는 입체퍼즐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다.
피고들은 원고 회사의 직원이었던 자들로서 모두 원고 회사에서 퇴사한 후 피고 회사를 설립하거나 입사한 자들이다. 피고 회사는 설립 이후 2012년 1월경부터 숭례문 등의 건축물에 대한 평면설계도를 우드락(폼보드)에 구현하여 칼이나 풀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 접거나 꽂는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 입체로 조립할 수 있는 3D 입체퍼즐을 제조·판매하여 왔다.
이와 같이 피고들은 원고의 직원으로서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을 개발 또는 판매하다가 퇴직한 후, 피고 회사를 설립하여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을 제작하였다. 원고는 자신이 제조, 판매하는 광화문 모형이 저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무단으로 피고들이 이와 유사한 숭례문 모형을 제조, 판매함으로써 원고의 복제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을 침해하였으므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의 광화문 모형은 창작성이 없고 또 원고의 광화문 모형과 피고의 숭례문 모형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항변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심은 피고들이 숭례문(2면) 모형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은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피고들은 상고하였다.

02 대법원의 판결 요지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저작권 침해에 관한 주요 3가지 쟁점에 대해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면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1) 기존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의 저작물성 판단 기준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도 실제의 건축물을 축소하여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형상, 모양, 비율, 색채 등에 관한 변형이 가능하고, 그 변형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실제의 건축물을 충실히 모방하면서 이를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을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변형을 가하여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난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은 실제의 광화문을 축소하여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실제의 광화문을 그대로 축소한 것이 아니라, 지붕의 성벽에 대한 비율, 높이에 대한 강조, 지붕의 이단 구조, 처마의 경사도, 지붕의 색깔, 2층 누각 창문 및 처마 밑의 구조물의 단순화, 문지기의 크기, 중문의 모양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사소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변형을 가한 것이다.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은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 – 실질적 유사성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 저작물과 대비 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원건축물의 창작적인 표현이 아니라 원건축물을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부가된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도3599 판결 등 참조).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에서 나타나는 창작적인 표현이 원심 판시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과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 사이에는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

(3)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 – 의거성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나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대비 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 가능성 및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8984 판결 등 참조).
피고들 4인은 원고의 직원으로서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을 개발 또는 판매하다가 퇴직한 후, 피고 회사를 설립하여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을 제작한 점에 비추어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인정되고,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과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 사이의 유사성도 인정되므로, 피고들의 숭례문(2면) 모형은 원고의 광화문(2면 및 4면) 모형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03 해설(1) 사안의 쟁점상고이유를 둘러싼 쟁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점이 이 사건의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제조, 판매하는 광화문 모형에 있어 조립품의 전체적인 외형(외관) 및 개별 퍼즐 조각이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둘째, 저작권 침해의 요건사실의 충족 여부를 검토함에 있어서 원고의 광화문 모형과 피고의 숭례문 모형을 대비할 때 양자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및 의거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셋째, 만약 저작권 침해의 요건사실을 모두 충족하여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즉 피고들의 숭례문 모형을 제작, 판매하는 것이 원고의 광화문 모형에 관한 복제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로 인하여 피고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데, 그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 제125조를 적용하지 않고 법 제126조를 적용한 것이 법리상 적정한지 여부이다. 이 글에서는 위 세 가지 주요 쟁점 중 기존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의 저작물성 판단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기존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의 저작물성 판단 문제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물성은 이 정의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저작물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하므로 결국 사상·감정을 핵심으로 하는 표현물일 것을 요한다. 여기서 사상·감정이란 철학적 혹은 심리적 개념과 같이 좁고 엄격하게 해석해서는 안 되고 보다 넓은 의미로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낸 것인지 여부는 사실판단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작권법의 체계로부터 규범적 판단을 해야 하는 문제로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광화문 모형의 완성된 외관과 그 모형의 개별 퍼즐 조각에 대해서는 창작성 판단을 달리 하였다. 전자, 즉 광화문 모형의 완성된 외관에 대해서는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도 실제의 건축물을 축소하여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형상, 모양, 비율, 색채 등에 관한 변형이 가능하고, 그 변형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실제의 건축물을 충실히 모방하면서 이를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을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변형을 가하여 실제의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난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 사안의 경우, 실제 광화문을 모형의 형태로 축소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건축물의 축소에 그치지 않고 상당한 수준의 변형을 하였으므로 그 표현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후자, 즉 광화문 모형의 개별 퍼즐 조각에 대해서는 그 형상과 그 위에 인쇄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그림들은 이미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그림으로 보이고, 광화문의 지붕 및 성벽 등을 표현함에 있어서 그 모양 및 홈의 형태에 상당한 제약이 있으므로, 개별 퍼즐 조각들의 형상은 누구나 동일하거나 비슷한 형태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또 동종업계에서 원고 광화문 모형의 개별 퍼즐 조각들과 형상이 유사한 퍼즐 조각을 사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개별 퍼즐 조각까지 창작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광화문의 완성된 외관은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지만, 개별 퍼즐 조각은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도형저작물이나 건축저작물의 기능적 저작물성에 주목하면서 판단을 내린 종래의 법원의 태도와 일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인 바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 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에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아니할 가능성이 크지만, 기능적 저작물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대상 판결에서도 그대로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의 판시내용은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을 그대로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합체의 원칙은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물성 판단에 있어서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에 대한 보충원리임과 동시에 창작성 유무를 판단하는 핵심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법원은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경우”거나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 경우”와 같은 제약이 있을 시 그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에서 창작성의 관점에서 합체의 원칙을 수용한 것이라 볼 수 있고, 결국 이러한 판단 내용은 실질적으로 합체의 원칙에 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3) 여론 – 건축을 위한 모형과 모형(도형저작물)의 관계실제 사안에 있어서는 별개로 다루지 않은 쟁점이 있어 여론으로 살펴본다.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저작권법 제4조 제1항의 저작물 유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 여부이다. 우리 저작권법을 보면 건축저작물에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가 포함되어 있는데(제4조 제1항 제5호), 한편으로 모형이 도형저작물의 예시에도 포함되어 있다(제4조 제1항 제8호). 종래 우리 학계에서는 건축설계도와 도형저작물의 관계를 둘러싼 논의가 있는데 이러한 논의는 건축을 위한 모형(건축저작물)과 일반적인 모형(도형저작물)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종래 학설을 원용하여 상정할 수 있는 학설을 제시하면, 건축저작물에 건축을 위한 모형이 포함된 것은 사족이라는 견해와 모형을 건축저작물과 도형저작물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해운대 등대 사건➊에서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 정한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건축물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건축저작물이 아니라 도형저작물이나 미술저작물에 해당하는 데 그친다고 판시하였다. 생각건대 법문(法文)상으로는 건축저작물로서의 모형에는 ‘건축을 위한’이라는 목적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도형저작물로서의 모형에는 이러한 목적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건축을 위한’ 모형의 경우에는 건축저작물과 도형저작물의 양쪽 모두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건축을 위한 것이 아닌 그 밖의 일반 모형의 경우에는 도형저작물에만 해당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정 가능한 학설 대립의 의의를 살피면, 기존의 ‘건축을 위한’ 모형을 토대로 건축물을 완성한 경우(제2조 제22호) 이러한 재현 행위에 아무런 창작성이 없다면 건축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건축저작물로서의 성격을 겸유하지 않은 일반 모형의 경우에는 그에 따라 모형의 전체적인 외형이나 외관을 재현한 대상물은 모형이 아니므로, 복제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일반 모형의 경우에는 건축저작물의 ‘복제’에 관한 규정인 제2조 제22호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요컨대 건축을 위한 모형과 일반 모형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는 건축을 위한 모형의 경우에는 그 모형에 따라 시공하는 경우 실제 건축물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그렇게 시공한 건축물은 건축저작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즉 건축을 위한 모형의 재현 건축물은 건축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하거나 재현 과정에서 수정, 증감에 별개의 창작성이 있으면 2차적저작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건축을 위한 것이 아닌 일반 모형의 재현 대상물은 모형이라 할 수 없고 실제물에 해당하므로 모형저작물의 복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